
어떤 계절은 그 안에 머물러 있을 때는 결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봄날의 따스한 햇살 아래 누릴 때는 그것이 얼마나 눈부신 축복인지 알지 못합니다. 흩날리는 꽃잎을 무심히 바라보며 “참 예쁘다” 중얼거릴 뿐, 그것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내 인생의 한 장면임을 깨닫는 이는 드뭅니다. 그러다 어느 날 불어온 차가운 바람에 마지막 꽃잎마저 떨어지고 나면, 비로소 나지막한 탄식이 입가를 새어 나옵니다.
“아, 꽃이 지고서야 봄이었음을 알았노라.”
사람들은 흔히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며 때 늦은 후회를 적어 내리곤 합니다. 저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인연과 시간, 청춘이라 부르던 날들을 뒤로 떠나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그 서글픈 깨달음을 짧은 한 구절로 스스로 지어 나지막이 적어봅니다.
我覺過春落花 (아각과춘낙화) / '나는 알았네, 꽃이 진 것을 보고서야 봄이 이미 지나갔음을..'
떨어진 꽃(落花)을 보며 지나간 봄(過春)을 깨닫는(我覺) 마음. 그것은 단순한 미련이나 아쉬움이 아닙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묵직한 회한이자, 동시에 지금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향한 뒤늦은 경외입니다. 그러나 회한의 끝에서 한 가지 진실이 마음을 때렸습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 눈물 흘리느라, 지금 내 손에 쥐어진 ‘오늘’이라는 봄을 또다시 무심히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통찰이었습니다.
그 통찰 끝에서 되짚어본 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 **‘만두(萬頭)’**입니다. 일만 만(萬)에 머리 두(頭), 수많은 삶의 지혜와 경험을 머리에 품은 지성(知性)을 뜻합니다. 세상의 소란함에서 한 걸음 물러선 ‘객석’에 앉아, 지나온 삶의 궤적과 수많은 지혜를 반추해 봅니다. 그리고 그 객석에서 바라본 인생은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 곧 화양연화(花樣年華)는 과거의 어떤 날이 아니라 바로 ‘오늘’이라고.
훗날 오늘이라는 하루가 흘러가 또 하나의 지나간 봄이 되었을 때, 다시는 “그때가 좋았노라”며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을 눈부시게 마주하고, 지금 내 곁에 피어 있는 꽃을 아낌없이 사랑하는 것. 그것이 때 늦은 후회를 멈추고 삶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 책은 과거의 봄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오늘이라는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봄날을 향해 보내는 찬가입니다.
객석의 조명이 어두워지고, 당신의 가장 빛나는 오늘이라는 무대가 지금 막 시작됩니다.
책장을 넘기는 당신의 오늘 하루가, 후회 없이 찬란한 **화양연화(花樣年華)**의 봄이기를 소망합니다.
“자연은 봄이 오면 꽃을 피우지만, 사람은 먼저 꽃을 피워야 비로소 봄이 온다.”
(自然春來開花 人間開花來春)
-만두(萬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