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문턱에 서면』

"가지 않을 것만 같던 그 기세도
선뜻 부는 바람에 꺾였는지
새벽에 이불을 끌어당기게 한다.
마지막 잎새가 지려면 그 시간도
길지 않을 것이기에 긴 소매를
미리 챙기라고 재촉한다"
가을이 오는 문턱에 서면, 나는 아버지가 석양 무렵 냇가에서 낚시를 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처럼 멋지지는 않았다. 밀짚모자를 쓰시고, 바지를 허벅지 위로 말아 올리시고, 냇가 가장자리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서 계셨다. 흐르는 물 아래쪽으로 낚시를 던지고 피라미를 바쁘게 잡으시던 그 모습이, 지는 노을과 함께 멋진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서투르지만 환하게 웃는 그 시절의 풍경은 우리에게 진한 그리움과 따뜻한 위로를 선물합니다.
아버지는 참 잘생기신 미남이셨다. 글자도 반듯하고 힘차게 잘 쓰셨다. 가정통신문에 쓰신 글을 학교에 가지고 갈 때면, 아이의 눈에도 참 기분이 좋았다. 한 번도 인상을 쓰시거나 화를 내시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자식들에게 손찌검 한 번 하신 적도 없다.
어머니는 잘생긴 아버지를 위해 늘 옷을 정갈하게 손질해 두셨다. 밖에 나가시는 아버지를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시면서도, 우리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광경은 벌어지지 않았다.
회초리를 드는 쪽은 언제나 어머니였다. 빨래를 두드리는 다듬잇돌 위에 올라서게 하고 종아리를 세차게 내리치셨다. 그러고는 그 밤, 내가 잠들면 벌겋게 자국이 남은 종아리를 쓰다듬으며 약을 발라주셨다. 그 약손이 그립다. 그 회초리 덕분에 세상을 바르게 사는 도덕을 배웠다고 본다.
이 가을이 오는 문턱에 서도 두 분은 계시지 않다. 그립고 보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에 계셔서 눈가를 촉촉하게 할 뿐, 돌아오는 추석 명절도 즐겁지 않다.
철새도 돌아갈 곳을 찾아 떠나는 계절이다. 그 냇가에는 이제 낚시를 던지는 사람이 없다. 밀짚모자도, 걷어 올린 바지도, 바쁘게 움직이던 손도 없이, 물만 그대로 흐르고 있을 것이다. 가을이 오는 문턱에 서면 언제나 그 빈자리가 먼저 떠오른다.
"의미에서 가치로, 가치에서 미학으로, 미학에서 소통으로“
- 만두의 객석, 권두안 J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