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에서 가치로, 가치에서 미학으로, 미학에서 소통으로
  만두() 권두안'인문을 BODA'

 
유투브 만두채널 바로보기
人文
상승기류의 철학
작성일 : 2026.02.23. 16:28 수정일 : 2026.06.14. 20:06
profile_image
萬頭권두안

"방하착과 착득거, 그리고 이심전심의 길"

안데스의 하늘에는 거대한 새가 난다.
 
인간의 시야로는 감히 닿기 어려운 고도에서, 침묵처럼 떠 있는 존재. 
남미의 산맥을 가로지르는 <Andean condor>다.

그의 날개는 장엄하다. 펼치면 세 미터에 이른다. 그러나 그 거대한 날개는 쉼 없이 퍼덕이지 않는다.
오히려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콘도르는 힘으로 하늘을 정복하지 않는다. 그는 바람을 읽는다.
따뜻해진 대지가 토해내는 상승기류를 감지하고, 그 위에 몸을 맡긴다.

그 순간 그는 날갯짓을 멈춘다. 힘을 빼는 순간, 그는 더 멀리 간다.

인간은 오래도록 “노력”이라는 이름의 날갯짓을 배워왔다.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많이.
그러나 자연은 속삭인다. 멀리 가는 존재는 힘으로 가지 않는다고. 무게를 덜어낼 줄 아는 자만이 오래 난다고.

불가에서는 말한다. 방하착(放下着).

a4ac0f14639320e33bab188437b24fb1_1771892577_5583.jpg
 
"내려놓으라"

그 말은 소유를 포기하라는 권고가 아니다. 집착을 놓으라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사물을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신을 붙들고 있다. 옳음에 대한 확신,
상처에 대한 기억, 인정받고 싶은 욕망, 무시당하지 않으려는 긴장. 그 모든 것이 우리를 무겁게 한다.

사람은 무게 때문에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움켜쥠 때문에 떨어진다.

방하착은 포기가 아니다. 그것은 신뢰다.
세상을 믿고, 관계를 믿고, 흐름을 믿는 태도다.
내가 다 지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이 있다. 착득거(着得去)
 
"그러면 얻게 된다"

내려놓으면 무엇을 얻게 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비워야만 얻는다.
놓아야만 연결된다.

내가 짐을 내려놓는 순간, 누군가가 그것을 대신 지고 간다. 내가 먼저 힘을 빼는 순간,
상대의 마음이 나를 떠받친다. 
설명하지 않아도 전해지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듣는 상태. 
 이것이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이심전심은 신비가 아니다.
그것은 관계의 물리학이다.

콘도르가 상승기류를 타듯, 마음도 보이지 않는 흐름을 탄다. 
상대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줄 때, 그 침묵이 상승기류가 된다. 
내가 옳음을 주장하지 않을 때, 상대의 마음이 스스로 움직인다. 힘을 빼는 순간, 관계는 가벼워진다.

우리는 흔히 강한 사람이 멀리 간다고 믿는다. 그러나 자연은 말한다. 오래 나는 존재는 부드럽다고. 
물은 단단한 바위를 뚫고, 바람은 산을 넘어간다. 강함은 저항하고, 부드러움은 통과한다.

삶도 그러하다.

누군가와 함께 멀리 가고 싶다면,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내 자존심을, 내 상처를, 내 증명을.

무거운 짐을 혼자 지면 짐이지만,
내려놓는 순간 그것은 길이 된다.
길은 혼자 만들 수 없다.
길은 함께 걸을 때 생긴다.

인간의 비극은 모든 것을 스스로 짊어지려는 데서 시작된다. 나는 강해야 한다고,
무너지면 안 된다고, 
내가 버티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세상은 의외로 우리를 떠받치고 있다. 우리가 모를 뿐이다.

a4ac0f14639320e33bab188437b24fb1_1771892859_9373.jpg

콘도르는 하늘을 밀어 올리지 않는다.
하늘이 그를 들어 올린다.
그는 단지 날개를 펴고, 힘을 뺄 뿐이다.

방하착은 비움이 아니라 관계의 시작이고,
착득거는 소유가 아니라 연결의 완성이다.
내려놓는 순간, 우리는 고립에서 벗어난다.
홀로의 날갯짓에서 벗어나, 함께의 비행으로 들어간다.

멀리 가는 사람은 가벼운 사람이다.
가벼운 사람은 믿는 사람이다.
믿는 사람은 함께 나는 사람이다.

안데스의 하늘을 떠올려본다.
거대한 새 한 마리가 날갯짓 없이 떠 있다.
그의 비행은 침묵이고, 그의 힘은 비움이다.

우리 삶에도 그런 순간이 있기를.
무거운 것을 내려놓는 순간,
보이지 않는 상승기류가 우리를 들어 올리는 순간이.

그때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날아오른 것이 아니라,
맡겼다는 것을.

“의미에서 가치로,가치에서 미학으로,미학에서 소통으로”

-만두의 객석,권두안JD-



bann7.jpg
0개의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5126f571c07b917c3c5d221f146c6957_1780424992_7474.jpg
    — 수구지심(首丘之心), 유전자의 기억, 그리고 인류의 귀환 —  연어는 거친 물살을 거슬러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 산란하고 생을 마감한다. 철새는 나침반도 통신망도 없이, 오직 내면에 각인된...
    萬頭권두안2026.06.02. 11:32
    390
  • war.jpg
     —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범종설(汎種說)이 열어놓은 질문 —오늘은 아주 오래된 질문 하나로 문을 열겠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종교는 이 질문에 창조주를 세웠고, 과학은 ...
    萬頭권두안2026.04.15. 15:43
    2583
  • What are the Humanities?(인문학이란 무엇인가?) ▷ 저는 인문학 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다란 생각이 들어서요,.인문학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인문학이라 함을 간단하고도 ...
    spannerone2026.04.06. 20:53
    1338
  • 60217ceca0bda826f81ee81fc13b078e_1775446048_3538.jpg
     외계의 문명이나 생명체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것과 지구의 역사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진지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우리가 사는 지구에도 사막에는 아무런 생명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반대편엔 분명히...
    萬頭권두안2026.04.04. 22:18
    1419
  • war.jpg
    맹자는 말했습니다:  “賊仁者謂之賊, 賊義者謂之殘 적인자위지적,  적의자위지잔殘賊之人謂之一夫“ 잔적지인위지일부.“인을 해치는 자를 도적이라 하고, 의를 해치는 자를 잔악한...
    萬頭권두안2026.03.18. 01:51
    1407
  • jsp.jpg
    맹자(孟子)가 말한 **사단(四端)**은 인간에게 태어날 때부터 있는 네 가지 마음의 단서(도덕의 씨앗)를 말합니다. 1.  측은지심 — 惻隱之心2.  수오지심 — 羞惡之心3.  ...
    萬頭권두안2026.03.07. 10:31
    1536
  • war.jpg
    참된 지성,“지성인은 서구의 개념이다. 동양에는 군자(君子)라는 개념이 있다. 군자는 학문적 바탕 위에 인격적 수련을 더한 사람이다.겸손과 오만의 극한에서 정상을 찍고 온 사람이기도 하다. 소동파의 문장과 ...
    萬頭권두안2026.02.27. 23:46
    1134
  • a4ac0f14639320e33bab188437b24fb1_1771892577_5583.jpg
    "방하착과 착득거, 그리고 이심전심의 길"안데스의 하늘에는 거대한 새가 난다. 인간의 시야로는 감히 닿기 어려운 고도에서, 침묵처럼 떠 있는 존재. 남미의 산맥을 가로지르는 <Andean co...
    萬頭권두안2026.02.23. 16:28
    1245
  • 100d40e12eaac50eb6c07d5c5bcd6c97_1767572430_4005.jpg
    방하착, 착득거 — 무심에 이르거든 말을 타고 달려라.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붙잡고 살아갑니다.성공, 관계, 명예, 억울함, 분노, 후회, 두려움.그런데 묻고 싶습니다.우리가 쥐고 있는 것이 과연 우리를 앞으로 가게 ...
    萬頭권두안2026.01.04. 16:32
    1626
Copyright 2020-2024 © DUAN KWON j.d